게임만화영화 세이부 축구 2006/02/27 14:23 by 으하하257

92년... 스트리트 파이터2의 등장으로 열린 대전의 시대.
격투게임은 봇물처럼 쏟아지고, 격투 외의 장르는 보기도 힘들어진 당대에
당당히 오락실 한켠을 자리잡은, 그것도 당시 비주류에 가까웠던 스포츠 게임이
있었으니, 바로 그것이 '세이부컵 사커', 통칭 '세이부 축구'다.

갈수록 심오해지고 매니악해지는 격투게임에 버티지 못하고 도태된 게이머들도
쉽게 즐길 수 있었던, 게임 방식도 '대전'이나 다름없던, 다인 플레이가 뜨거웠던
바로 그 게임.

아직도 현역으로 돌리는 오락실이 있을만큼, 진정한 의미로 '재미있었던'
그 게임이 에뮬로 있다길래 찾아보았다.
사실 정식 롬은 아직 해독이 안되었고, 그 해킹판(이라고 한다)만 나왔다길래
다운받아 실행해 보았다. 그리고...
찾은 것은 이것. 원작과 차이가 있는 썰렁한 타이틀이 심플해버린다.
차라리 '꼴에 92'라고 부르고 싶다.

게임 자체는 실행이 잘 되었고, 게임 방식도 똑같은 그 '세이부 축구'가 확실했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이질감이 상당했는데, 본판과 차이가 좀 많았다.

일단 참가국.
한국, 미국, 일본이 스페인과 네덜란드, 프랑스로 바뀌어있다.
외수용이라서 바꾼건지 어떤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한미일보다는
축구강국(...)이다. 어짜피 게임 밸런스에서 능력치 차가 존재하는 게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대표선수 사진으로 야생마 시절의 김주성 형아를 볼 수
없다는게 조금 아쉽다.
참가국. 한국이 없다... 그나저나, 저 사진 속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마라도나 형님.
'Netherlands'를 'Holland'로 표기한 것도 눈에 띈다. 과연 고전 중의 고전.

그리고, BGM.
세이부 축구는 14년이 지난 지금도 내가 음악을 기억하고, 흥얼거릴 정도로
임팩트 있고 박력 넘치는 음악을 자랑한다.
사실 '스포츠 게임에 왠 음악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시대를 상기해보라.
92년. 지금과 같이 돌비 어쩌니, 5.1 채널이 어쩌구는 꿈도 꾸지 못한 시절이고,
스트리트 파이터의 캐릭터들이 지르는 괴성조차 신기했던 시절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이부 축구의 음악은 정말 대단하다.
미디 음원만으로 게임의 분위기 및 현장감을 헤치지 않는 박력을 자랑하는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그것도 '스포츠 게임'에서 말이다.

그런데, 이 '골 92'에서는 썰렁한 음원으로 만들어진 힘빠지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개탄할 일이다. 도대체가 이 힘빠지는 음악은 뭐냔 말이다.
그럼 음악이 좋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꼴에 92는 이래'라고 외치는듯한
단조로움의 극을 들려준다.
본판의 박력을 기억하고 있는 나에게는 최악의 마이너스 요소다.

또 하나 가장 중요한 것. 게임 자체의 공격(...) 판정이 약간 바뀌었다.

해본 사람이라면 다들 알다시피, 세이부 축구는 반칙이 없다.
그냥 그물에 공을 차 넣으면 점수 먹는, 그런 기본 규칙 외에는
까버리든, 백태클을 하던, 공이랑 상관없이 지랄을 하던 자유다.
때문에 온갖 개매너 플레이와 엽기 전술이 많았는데, 대표적인 것이
루즈볼 다툼 때의 공과 상관없이 사람을 겨냥한 슬라이딩 태클과
공중볼 다툼 때의 날아차기. 이로 인해 팀플레이 시에는 '엄호 태클'이라는
전대미문의 엽기적인 플레이도 가능했다.
(무슨 격투게임 기술 설명한거 같다...;;)

사실 이런 난장판 플레이는 공을 빼앗기는 선수가 바로 쓰러지는 게임 자체
시스템과, 볼 자체에도 존재했던 공격 판정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슈팅 시 근거리에서 사람을 맞추면 쓰러뜨렸던 볼의 공격 판정이 이
'골 92'에선 삭제 되었다.
상대에게 냅다 걷어차버리고, 루즈볼 다툼을 이어가던 본판의 플레이는 당연히
불가능하다. 오히려 로빙볼을 근거리에서 몸빵하면, 그 선수가 쓰러지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아무래도 버그인 듯.
참가국이야 아쉽지만 어쩔 수 없고, 음악은 끄면 되지만, 이 결정적인 변화로
인해 게임 자체의 이질감이 좀 크게 느껴진다.

그래도 세이부 축구의 플레이 느낌 자체는 변함없으니 즐기는데는 지장없다.
인져리 타임같은 건 엿바꿔 먹고, 여전히 사람을 겨냥한 공격을 날릴 수 있으며,
골키퍼에게 공을 넘겨 시간을 끄는 더러운 플레이도 여전히 가능. (오래전부터
축구를 봐온 사람은 알 것이다. 백패스를 손으로 잡을 수 없는 룰이 생긴 것은
94 미국 월드컵 때 부터다.)
물론 세이부 축구의 얼굴(!)이나 다름없는 센터링 얍삽이도 여전하다.
바람빠진 음악은 좀 심하게 싫지만, 정식판 롬이 해독되길 기다리며, 아쉬움을
달래는데는 문제없겠다.
이 게임에서 백태클은 매우 얌전하다.
전대미문의 트윈 태클(...). 빗나가긴 했지만, 세이부 축구에서는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
아군을 포함해 3명을 쓰러뜨린 당당한 모습. 마치 을룡타를 보는 듯하다.
날아차기(...) 시전중. 아쉽게도 빗나갔다. 스폰서는 '쿠카 콜라'와 '롯데 케몬'(푸하하하)
어떻게든 골만 넣으면 된다.
본판에서의 김주성 형님의 세레모니를 볼 수 없다는 건 좀 아쉽다.
세이부 축구 또 하나의 뜨거운 시스템인 '다이너마이트 슛'
골은 넣은 선수에게만 생기는 게이지를 전부 모으면 발사 가능. 위력은 초절!
노을지는 그라운드. 뜨거운 음악과 더불어 연출도 상당히 멋지다.

덧글

  • 정진혁 2010/07/17 19:41 # 삭제 답글

    재밌음어떻개함
  • 푸른하늘 2013/03/07 20:35 # 삭제 답글

    오락실 오락기로 세이부 축구를 즐길 수 있는 카페를 소개하려 합니다.(물론 무료입니다.) 제가 오픈한 푸른하늘 고전게임카페에 런앤건1과 세이부 축구를 들여놨습니다. 오락실의 추억을 간직하신 분들의 좋은 정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위치는 잠실옆 석촌역 송파대로변 한솔병원과 오모리찌개 중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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